답답하다. 어쩌면 운동 부족, 식습관, 수면습관이 교란되서 답답한 것일지도 모르겠다. 생활에 책임지려 노력하느라 그런 것일 수도. 스타트업 퇴사하고 우스겟소리로 서울에서 살아남기 시작이라 말했으나, 정말 살아남기가 되었다. 시간을 돈으로 바꾸지 않았던 좋은 날들은 이제 없다. 자꾸 비관적인 생각이 들 때면 정신 차리라고 되뇌인다. 책임없는 자유. 그동안 많이 누렸으니 그만하라고. 개선하려고 부딪히다보면 자꾸 실패했던 경험이 떠오른다. 또 그렇게 될까봐 걱정하다, 과거 어떻게 할 수 없다며 그냥 더 부딪히고, 그냥 하는 수밖에 없다고 다독인다. 삶이 지루해서 왜 살지? 물어봤다. 지금으로서는 살다보면 생각만으로도 기분이 좋아지는, 그런 이유가 생길 것 같아서 산다는 대답이 나왔다. 왜 사는지 모르는, 뭐 이런 세월도 있는거지 싶다.
10개월 만의 운동하니 호흡의 강도가 약해져서 머리에 산소가 잘 들어오지 않았다. 금방이라도 주저 앉고싶은 다리의 감각과 어지럽고 토할 것 같은 느낌. 이 기분이 그리웠는지도 모르겠다. 살고싶은 본능의 극한을 향해 제 발로 찾아가려는 아이러니, 이게 크로스핏의 묘미다. 대충하려면 대충, 힘들고 싶으면 힘든, 그런 운동이다. 한계까지 몰아친 뒤에 오는 보상은 내게 극도의 건강한 도파민과 자기 효능감을 부여한다. 매력적이다. 허리춤을 잡으며 헉헉거리며 살아있음을 느끼고 따분한 일상의 소중함을 다시 느낄 수 있음에 감사했다. 10분만에 사람을 탈진시키는 것은 엄청 쉽다는 사실에 여느때처럼 놀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