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고가 늦었지만 연말회고를 해본다. 저번 년도는 내 인생에서 배울게 가장 많은 해였다. 창업팀을 나와 프리랜서 활동을 거쳐, 학교 복귀, 스타트업 현장실습까지 우여곡절이 많았다.
1월에 창업팀에서 나와서 본격적으로 사회의 바람을 맞았었다. 덩그러니 서울에 있으니 막막했다. 돈도 없었고 내 능력에 대한 회의 때문에 허무함을 몸소 느꼈다. 하지만 서울에 남기로 선택했다. 큰 위기 하나 없는 내 인생, 굴곡을 만들고 싶었다. 혼자 있으면 다운될 것 같아 독서모임에 지원해서 남길 사람들을 얻었고, 가장 빠르게 배울 수 있고 수요가 많은 데이터 수집을 선택해서 초반엔 적은 수입을 내며 개발했다.
독서모임에서는 다른 분야에서 열심히 사는 내 또래들을 보며 힘을 냈고 응원했으며, it 외 다른 분야의 사람들의 이야기 속에서 시야를 엄청나게 확장할 수 있었다. 따뜻함과 하고 싶은 일(work가 아닌 삶)에 대한 치열을 가진 사람들이었다. 덕분에 낭만있고 철학을 가진 매력적인 사람이 되려면 어떤 삶을 살아야하는지 알 것 같다.
프리랜서, 사업가로 일하며 프리랜서는 개발의 역량도 중요하지만, 내 상품(나)을 어떻게 팔지에 대한 역량도 필요하다는 것을 알게되어 이제는 영업, 카피라이팅, 커뮤니케이션, 세금, 사업가의 마인드에 대해 약간은 지식이 생겼다. 또한 어떻게 방향을 잡고 돈을 벌지라는 고민라는 속에서 기업에서 달마다 주는 돈이 얼마나 감사한 일인지 알게되었고, 창업팀에서는 창업가가 얼마나 고뇌속에서 보내는지 알았다. 그전에 나는 기업에서 일하는 것은 자아를 잃어버린 톱니바퀴 인생 한번 살아보겠다고 발버둥치는 멍청한 일로 치부했었다. 그러나 소속감과 유대감, 일의 크기 측면, 불확실한 상황에서 올바른 방향을 방향을 제시할 수 있는 경험을 가진 사람들. 모두 기업에서 효과적으로 제공할 수있는 것들이고 다른 선배들이 노력한 결과물임을, 지금 현장실습을 하며 느끼고 있다. 개인의 특성에 따라, 선호하는 가치관이 다르고 도전에 흥미가 없거나 안정감(불안에 대해 민감한)의 파이가 큰 사람이라면 기업에서 일하는 것을 선택해야 더 좋은 인생을 살 것이기에, 결코 절대적인 좋은 선택과 나쁜 선택은 없었던 것이었다.
내가 하고 있는 데이터 수집 외주 사업은 시간을 한 건, 한 건 마다 시간을 많이 쏟아부어야 했기에 서비스 업으로 사업을 하고 싶었다. 그리고 서비스업을 제대로 하려면 한참 부족하다고 생각했다. 어떤 기업에서 일해보지 않은 사람이 기업을 운영할 수 있을까? 할 수 있다. 다만, 정말 빠르게 배우는 길은 그 영역으로 들어가서 일 하는 것이다. 창업팀 대표 형도 다시 창업한다면 기업에서 배우고 할 것이라고 말했고, 현실적으로 벤처에서 잘 먹히는 사업 유형도 업계 대기업에서 일하다가 팀을 꾸려서 창업한 케이스이고, 외주 사업을 하면서 만난 외주사업가도 외주 기업에서 일하다 나와서 사업하는 사람이었다. 그렇게 나는 현장실습을 지원했다.
이번에 현장실습으로 일을 배우고 있는 센디(sendy)라는 기업은 좋은 기업이다. CTO님은 백엔드 직무로 무엇을 해보고 싶은지 여쭤봐주시고, 버디로 정해주신 pm과 백엔드 사수분은 내 고민과 방향을 같이 고민해주신다. 또한 아직 시리즈 B단계고 팀원이 많아지기 전이라 그런지 모르겠으나, 모두 다른 직군과 심리적 거리감이 적다. 이는 기업이전에 좋은 팀임을 방증한다고 생각한다. 어떤 실수가 있어도 숨기기보단 솔직하게 말할 수 있는 문화, 부진한 사람들은 끌어주고 잘하는 사람을 시기하기 보단 축하해주는 문화, 어떤 기술을 배우고 싶다면 지원해주는 문화, 각 직군을 이해하려는 문화를 가지고 있다는 기업이라는 것을 자신있게 어필하시는 게 멋있다고 생각했다. 기업가 혹은 CTO가 되려면 어떻게 기업이 운영되는지 알아야하고 일하는 사람들의 고충과 갈등은 무엇인지, 기업 사이즈가 커짐에 따라 어떤 업무와 어떤 팀이 필요한지 알아야한다. 커뮤니케이션을 잘하는 방법, 좋은 사람들속에서 시스템을 배우고, 팀의 일원으로써, 개발자의 역량을 높이고자 최선을 다할 것이다.
2023년은 내 인생에서 가장 인상깊은 한 해였다. 2020년에 뭐했어요? 2022년에는 뭐했어요? 자신있게 뭘 했다 말하지 못할 것 같다. 하지만 2023년에 뭐했어요? 하면 "저 책을 열심히 읽었고, 프리랜서하다가 학교다니면서 작게나마 외주 사업까지 했어요"라고 말할 수 있다. 다사다난했지만 인생에서 조금 재미있는 작은 한 챕터를 쓴 것 같아 후회없다. 이 한 챕터의 작은 바람은 나비효과가 되리라 의심치 않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