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센디에서 대화를 하다가 블로그를 꾸준히 써온 팀원이랑 얘기를 했다. 계속 써온게 대단해서 어떨 때 쓰냐고 물어보니, 그냥 아무 일 없어도 쓰고 중요한 날이나 이벤트가 많았던 날에도 쓴다고 했다. 그래서 나도 그냥 한번 써보려고 한다.
1.
요즘은 잘 지내는 것 같다. 정확히 말하면 일, 운동만 하면서 단조롭게 지낸다. 헬스가 너무 재미있다. 하루의 마침표를 찍는다는 느낌이 좋고, 점점 무게가 늘어가는 맛이 있다. 근데 헬스를 하면서 느낀게 있다. 유독 헬스가 잘 안되는 시기가 가끔씩 찾아오는데, 막 며칠이 되기도 하고 하루 이틀이 되기도 한다. 여튼 그럴때 마다 속상해서 무게가 안들리면 화난 상태로 "안되면 안되는거지, 안되는데 어쩌라고. 되는 만큼만한다"하면서 머리속으로만 투덜대다가 막 하고 오는데, 그렇게 안됐던 순간이 지나고나서 컨디션이 회복되면 다룰 수 있는 무게가 늘어나 있다. 제자리로 올 줄 알았는데 참 신기하다. 그냥 선형적으로 강해지면 안될까? 라는 조바심이 나지만 뭐 어쩔 수 없다. 항상 이런식이다. 뭐 하나를 잡고 열심히 할 때는 잘 안되고, 이게 맞나 생각도 들고, 얻고 싶었던 것과 다른 요소(꽤 괜찮은 것들)이 손에 쥐어졌다. 참, 내 마음대로 되지 않았다. 그러다가 어쩔때 쉬어가다 뒤를 돌아보면, "꽤 잘했구나, 어떻게 꾸준히 열심히 했고 멀리왔지" 생각이 들기도 한다. 그리고 실력 또한 늘어있다. 아이러니하다. 쉬어갈 때는 쉼이 필요했기 때문에 과대평가되는 것일까. 애썼던 나날들이 미화되는 걸까.
2.
다음으로는 요즘 바뀐 나의 가치관에 대해 말해보려고 한다. 목표지향을 버렸다. 나는 목표지향적인 사람이었다. 그래서 나의 행동과 말에는 이유가 붙어야만 했고, 그게 멋있다고 생각했다. 막힘없이 나오는 이유와 강단, 아직도 멋있긴하다. 그러나 요즘은 그냥 하루를, 내가 지금 하고 있는 것에 집중하며 살아가는 중이다. 그냥 흘러가는대로 살고 있다는 건 아니다. 또한 지금 하고 있는 것에 목적이 있지 않냐고 물어본다면, 조금 다르다고 말하고 싶다. 그 목표를 이루기 위해서라기 보다 목표는 대충 ~~~ 구름같이 두리뭉술하게 떠다니는 형상이고, 그냥 눈앞에 놓인 것에 열심히 하려고 한다. 치열하려고 치열하게 살고 싶다. 목표는 참 힘겹다. 오늘 나의 상황과 목표에 맞는 행동을하고 결정을 하지만, 3개월 후엔 전혀 다른 목표와 상황이 놓여있다. 목표는 언제 만족되는가? 그 길이 멀다면 그동안은 어떤가? 나중에 그걸 얻으면 기쁨은 얼마나 오래갈까? 내가 최대한 많은 정보를 가지고 있고 내 상황이 더 좋은 상황에 놓여있을 때, 선택은 그 때 해도 늦지 않은 것이다. 일년 반 전까지만 해도 나는 창업, 일확천금이라는 꽤 어려운 목표에 부풀어 살았고, 3개월 후엔 그 창업팀을 나올 줄 몰랐고, 나와서 외주를 할 지 몰랐고, 사업자를 낼지 몰랐고, 현장실습을 지원할지도 몰랐고, 뽑힐지도 몰랐고, 현장실습을 연장할지도 몰랐고- 끝도 없다. 하지만 치열은 하루만 하면 되잖아. 일할 때는 일만, 헬스할 때는 헬스만, 지하철에서 음악들을 때면 음악에만, 친구랑 대화할 땐 친구에게만. 물론 매일 매시간 한가지만 한다고 말하기엔 턳없이 부족하지만. 나는 이유없이 그냥 치열하는 사람, 그 순간에 온전한 사람, 낭만적인 사람이 좋아졌다. 근데, 왜그리 열심히 사냐고 누군가 물어봤을 때, "그냥"이라고 말하는 사람이 더 멋있지 않나?
내일도 일 가야하니 이쯤하고, 가끔 자기 전에 되내이는 말로 글의 매듭을 지으려 한다.
오늘도 뿌듯했나요?
그럼, 됐어요.
